[스크랩] 잔잔한 파도소리만 용유해변을 지키고 있던 풍경들....
어느 책에서 본 기억이 나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바닷물은 슬픈 사람들의 눈물이 모인 것이라고 써놨던 글을 읽었던...
왜 나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잔잔히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그만 나도 물이 들고 말았습니다
이곳 용유 해변이 그랬습니다
그냥 바라만 봐도 어쩐지 한곳이 비어있는 듯한 ...
그렇게 텅 빈 채로 파도소리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북적이는 해수욕장 풍경보다
저는 이렇게 한적한 풍경이 가슴을 다독여 주는 느낌이 좋아
이런 곳에 마음을 뺏기곤 합니다
그렇게 마음을 빼앗겼던 곳
정말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던 용유 해변을 담아보았습니다.
가슴을 지나는 파도소리에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익숙해졌습니다
바다 위로 불어오는 바람도 푸른 파도로 달려와
나에게 닿고...
문득 나는...
더운 열기에 다가오는 갈증도
저 바닷물 한 그릇 퍼마시면 갈증이 가실까?
무척 짤거야 ㅎㅎ
그리고 혼자 웃었습니다
퍼내도 줄지도 않을 텐데..
눈빛으로 파도소리만 훔쳤습니다..
목숨을 다해 살다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간 무엇처럼...
폐선이 기울어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서자
금방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늙고 초라한 모습에 그만...
너도...
힘차게 바다 위를 가르던 때가 있었겠지
너는 지금 병들고 쇠약해져 있지만
지금도 바다로 달려가고 싶은
젊은 날을 떠올리겠지....
세찬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겁 없이 달려들었던 날들..
지금 너는 바다를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할까?
힘차게 달렸던 그런 날이 있었잖아
버려졌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마..
나는 너를 바라보며 새로운 힘을 얻어간다
한때는 팔팔하고 빛났던 ...
그러한 때를...
기별하지 않았어도
여름은 분명히 찾아오고..
나는 어느새 바닷가에 서서
시원한 너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백사장 너머 스멀스멀 해무가 깔린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잠시라도 가슴에 쌓인 모든 무게를 내려놓게 된다...
그래서 더 고마운....
파도소리조차 잔잔하여
그 소리가 내 가슴에 부딪히고
찰랑거리는 소리가 작아
귀를 쫑긋 세우면
너는 더 멀리서 밀려오다 힘이 빠지곤 하더라..
슬픈 소리가 이런 거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을 것 같은...
소리죽여 우는 것 같은....
그래서 더욱 텅 빈 듯이 가슴이 개운하지 않은...
용유해변에는 메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폐선과 친구 하면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가냘픈 바람에 나풀거리는 모습이 정말 예쁘더군요
나비처럼 폴폴 날아 폐선주위를 맴도는 것 같은 느낌..
아무도 없는 밤
별이 내리고 메꽃은 나비가 되어
폐선주위를 맴도는...
밤이 새면 다시 꽃으로 돌아가는 시간일 테지....
끝이 아닌데 끝이란 생각이
파도소리조차 흐느낌 같은..
약간의 눈물에도 누군가는 축축하다 하겠지만
파도의 구김살처럼 골이 깊어지는 울음...
그렇게 나에게는 슬픈 풍경이더라...
여름이 깊어질 때면 갈매기들은 요란스럽지 않은 것 같았다
가까이 내려다보는데도
그대로 앉아 파도소리에 취한 듯 보였다
파도에 젖어 날개가 무거워져 날지 않은 것은 아닌데도..
그렇다고 울지 않은 것은 아닌데..
갈매기의 울음도
파도소리만큼 잔잔하다가 깊어지기도 할 테니..
단 한 번 만남이 평생 잊히지 않는 인연이 있듯이
나는 점점 더 깊이
절대 늙지 않은 바다에 취해가고 있었습니다
바닷가를 걸으며
파도소리에 취하고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추억을 곱씹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